통일문제연구특위세미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2014.3.5)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반도 통일시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
지난 1년 동안 정부 입장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개성공단이 갑자기 작년에 우리 사회가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이 재정상화 과정 속에서 지난 2003년 첫 삽이 떠졌지만 그때부터 개성공단의 숙원인 3통이 문제였습니다. 3통 문제의 진정성을 거두었습니다. RFT을 통해 1일 30회 통행이 주어진 절치에 따라 가능해졌습니다. 통신도 서울과 개성공단 지역의 기업인들과 인터넷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정부도 이 문제를 계속 요구 했었고 2007년 남북이 합의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천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는 해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과거보다 편리하게 기업 활동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성과는 한·러 간에 나진 노선인 철도 연결로 유류를 이동하는 MOU(협약)를 맺어 지난 2월 초순에 우리 기업들이 나선지구에 실사를 다녀왔습니다. 이것이 이뤄지게 되면 금년 9월경에 커다란 진전과 내년 봄엔 나선 지역을 통한 물류 이동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 역시 박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한·러 간에 이야기를 해 온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이전 정부부터 줄곧 해왔지만, 이번 박정부에서 드디어 이루어 낸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을 음미해보면 비록 남북관계가 꽉 막힌 것 같지만 큰 진전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사실 남북관계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 일을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행태는 예측할 수 없고 비합리적이고 자기 멋대로 입니다. 그런 북한과 어떤 사업을 할 때 당장 남북관계가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 시간이 지나면 남북관계가 후퇴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잘 보았습니다. 작년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냈지만, 무엇보다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그것이 읍소와 부탁 차원이 아니고 당당하게 앞으로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없는 속된 말로 국물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과거 한국 정부를 대하듯이 한국정부를 대하던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북한을 설득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북측 위정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경우에도 과거처럼 뭔가 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서 비공식적인 거래가 있을 거라고 여러 가지 추측들을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대가도 없이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와 함께 통일준비위까지 통일의 화두를 던진 것에 대해 언론에서 나온 이런 저런 것들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통일은 우리 사회가 당연히 아주 끈길기게 추구해야 할 목표이지만, 최근 10∼20년 동안 우리 사회가 통일에 대해 관심을 놓아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우리 젊은 세대가 놓고 있으며 이는 통일에 대한 문제를 불 보듯 뻔한 것입니다. 그 주역은 젊은이들입니다. 10대, 20대, 30대 이들이 통일의 주역입니다. 앞으로 통일을 이끌 주역들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세대가 통일에 대해 관심도 없고 냉소적이고 자신들의 삶과 유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3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1945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그런 통일이어서는 안 됩니다. 아주 협의의 민족주의적, 영토를 재통합하는 국가주의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뛰어 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의 통일은 국가의 단위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0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든 것들을 팔아 이렇게 부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의 사회입니다. 인권, 행복, 자유, 정의 등 그런 인류의 보편 가치를 실현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군 자손과 민족 혈통에 근거한 우리민족끼리만 서로 합치는 그런 통일의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앞으로 통일 논의 방향을 이렇게 끌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한반도 통일은 비단 우리 민족뿐만 아니고 지구촌 전체 그런 사건이어야 하고 대박이어야 합니다. 1+1=2가 아니라, 1+1=2+알파의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 통일은 우리 주변국들과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생각입니다. 대통령께서도 3월 1일에 새로운 한반도를 유라시아와 연결해 새로운 한반도여야 하고 그것이 한반도 성장 동력을 이끄는 꿈이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언론이 발표한 인공위성이 찍은 한반도 야경을 보십시오. 대한민국이 섬으로 되어 있는데, 한반도를 대륙으로 연결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런 상태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통일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발전시키고 해서 결과물인 통일로 연결시켜서 했는데, 남과 북의 관계를 어떻게 바꿔보자는 기능주의적 개념의 통일을 생각해왔습니다.(귀납적 접근법) 앞으로의 통일은 또는 바람직한 통일상은 무엇인지 그것을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국민들과 함께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면 좋은 것인가 제시하고 나서, 그러면 그 길로 나가기 위해 우리가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연역적인 접근법)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래상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 미래상을 만드는 데는 與고 野고 보수건 진보건 통일문제 대해 다른 생각을 같이 통합적으로 작업을 하고, 어떤 통일 한반도가 되는 게 좋은지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상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떻고, 그런 상황을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통일정책을 둘러싸고 우리사회 갈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방법론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게 하면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지향점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목표 없이 갈등만 지속해왔는데, 이제는 그 목표를 정하면 건설적인 논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은 통일에 이르는 현명한 방식이고 우리사회가 통합적으로 가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이 3가지 관점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정부의 통일상이 무엇이고 방향이 구체적으로 이렇다고 말해 주어야지 그런 방향만 말해 주면 되느냐고 반문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지, 정부가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통일이 어느 한 세대, 어느 한 정부에 의해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이 있는 그런 정책을 펴 나갈 것입니다. 5년이 지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대북 통일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통일 담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들의 정책을 다 버리고 그러면 안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통일교육 입니다. 통일장관으로 부임하고서 그것을 살펴보니 특히 정권에 따라 바뀌는데, 특히 강사들도 정부 눈치만 보고 일선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사회가 통일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사회에서는 과거에 포용정책이냐 압박정책이냐를 놓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싸울 일이 아닙니다. 건설적으로 나가면 됩니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가려면 현실에서는 그 사이에 늘 왔다 갔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통일을 향해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정책을 쓰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단은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수단 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통일을 하는가,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동안 경제성장과 산업화와 민주화까지 이루었습니다. 세계사에 이런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 그런 성과에 대해 자부심은 가져야 하지만 그 성과에 빠져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그 과정에서 겪고 나왔던 많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들을 극복해 내고 해결해 내는데 우리 사회가 또 함께 나서야 합니다.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참 역설적이지만, 우리에게는 분단을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시대를 힘차게 밟아 나가면서 과거의 60년 동안 이룩한 빛나는 성과와 함께 그 이면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다움과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데는 상당히 부족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앞으로 100년, 200년을 내다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통일 한반도’가 되었을 때 우리 한반도 국민의 정체성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지금부터 우리가 잡아나가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통일 시대를 맞이하면서 준비해야 할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장차 북한 동포들하고 살아나갈 때에 주도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제 아침에 동독의 마지막 수반이었던 ‘뜨메제르’ 전 총리를 만났습니다. 그 총리가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사실 통일 준비는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워낙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예상할 수 없기에 갑자기 통일 상황이 이루어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통일 준비의 방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타성에 젖어 통일 비용을 만들어야겠다, 제도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등 이런 것들은 쉽게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사실 쉽게 준비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통일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보다 혹시 우리가 정말로 나중에 통일이 이루어질 때, 아! 이것은 놓쳤구나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하는 그것들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마음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통일 주역인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이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서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통일이 우리 시대 우리 민족이 마주해야 할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그것이 정체성 확립의 한 가지 입니다. 이것이 통일의 가장 중요한 준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정부가 일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서 지난 1년 동안 북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이루었습니다. 금년에는 그것을 더 확대시킬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프로세스가 과거 몇몇 정부에서 했던 퍼주기가 아니냐고 반문 합니다. 정책은 수단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이루어나갈 거인지,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한반도 프로세스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정책이 아닙니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앞으로 단순히 개선이 아니라, 뭔가 한 단계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발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통일준비위 구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그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시대에 통일 논의는 대통령께서도 늘 말씀하시지만, 국민과 함께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고, 통일준비위는 기본적으로 민과 관이 함께 일치를 이루면서 할 것이고, 공론화 과정도 투명화 하게 할 것입니다. 통일준비위를 통해서 통일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깊숙이 논의할 것입니다.
통일방향이 설정되면 그런 쪽으로 우리사회가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아이템들을 식별하고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가 같이 지혜를 모으는 작업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밀실에서 몇몇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국제사회도 함께 그런 방향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 계신 헌정회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의 기여한 공로가 크심으로 반드시 여론을 참고해서 당연히 헌정회를 비롯해서 사회 원로들에게 상의를 드리고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여론을 모아나가는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