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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회-기성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그 해소방안을 위한 토론 2
관리자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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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黨不信 이대로 좋은가
崔在旭(13-14대 의원, 전 환경부 장관, 정책위 정치분과위원장)
정치불신, 그 중에서도 특히 정당에 대한 불신이 지금 심각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물론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그런 일들은 큰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 다른 무슨 뾰족한 해법이 있어 그리 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뼈에 사무친 정당불신론자라도 정당 이외의 딴 대안(代案)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요. 무소속이나 군소정당 후보를 보니 더 한심했기에 할 수 없이 ‘좀 덜 미운 정당’ 즉 차선(次善)을 택한 것이 정당 불신론자들의 그 동안의 자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대통령 선거의 경우이고 국회의원 선거와 시 도지사 선거에서는 간혹 무소속이 당선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즉 용케도 대안이 생겼던 경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도 있었던 이 정당불신이 지금 와서는 여느 때의 정당불신과는 현저히 다른 차원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서 있습니다. 질량(質量) 양면(兩面)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질적인 면에서 정당은 불신의 단계를 넘어 증오(憎惡)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양적으로는 종전에 단순한 무당파(無黨派)이던 사람들마저 정당증오의 대열에 흡사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런데다가 과거에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던 그 ‘대안’이란 것이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땅에서 솟았는가 의심될 만큼 홀연히 생겨났습니다. 이런바 ‘안풍(安風)’이 그것입니다. '안풍'이 손 한 번 들어준 것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 시장선거가 싱겁게 결판났고 2012년 대선의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그 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괴력의 풍속(風速)에 기성정치권은 맥도 못 추고 떠밀려 가고 있는 무기력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풍과 손잡았지만 더 이상의 흡인력(吸引力)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여러 기관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와 정치-정당경력이 전무한 안철수 교수만이 양자(兩者) 대결을 펼치는 참담한 굴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즉 민주당은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유령(幽靈)정당’이 되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한심한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세월만 보내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낭패를 볼 것이 틀림없는데도 우왕좌왕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정치는 그대들의 책임이고 직무입니다. 그대들은 정치의 전문가입니다. 그 정치를 그대들은 방기(放棄)하려 하십니까.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정치적 행정적 경험이 너무나도 일천(日淺)한 이들 아마추어들에게 이 나라를 몽땅 맡기는 일, 그것은 굉장한 모험입니다. 아무리 비판을 많이 받고들 있지만 그래도 이 나라 정치를 주도해온 기존의 정치세력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룩해온 오늘의 성장(成長) 그라프가 아닙니까. 이것을 시계(視界) 제로의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으로 던져 넣을 까닭은 도무지 없습니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이들 아마추어들을 우상(偶像)처럼 지지하는 계층이 또한 이 나라 건설의 과정에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40세대라는 것입니다. 이 세대들은 다른 것은 차치하고 우선 국가관 안보관에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이들의 교육책임을 맡았던 우리 세대의 범죄(犯罪)에 가까운 실수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나는 며칠 전 이종구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장관은 우연한 인연으로 28살 먹은 제대군인과 대화를 한 일이 있는데 그 청년이 이렇게 얘기하더랍니다. “장관님, 저는 군에 가서 북한이 6.25 때 우리를 침략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군에 가기 전에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해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우리의 적은 첫째는 일본, 둘째는 미국으로 듣고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이것은 기성세대인 내 책임이기도 하구나.”라고 통감 했습니다. 전 제 머리를 쇠망치로 때리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6.25를 가르치지 않은 교육자, 교과서에서 이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은 책임자, 대학 수능시험에서 이것을 문제로 내지 않은 출제위원, 거기다가 한국사를 필수과목에서 제외한 당국자, 사실을 왜곡해 나라역사를 가르치는 전교조 교사들, 그리고 전교조를 방관해 온 관계자들, 이 모든 이들을 나 자신을 포함해 역사의 법정(法廷)에, 그리고 진실의 법정에 고발하고자 합니다.
국가안보관에서 이렇게 안심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이 더욱 위험스럽게도 위협적인 것은 이들이 우리 기성세대들은 도저히 작동할 수 없는 고성능(高性能) 무기(武器)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한 SNS라는 것인데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이것들을 잘 모릅니다. 최첨단 전자기구인데 서로 의사소통을 무지하게 빨리, 그리고 대규모적으로 하는 기구들인 것 같습니다.
내일 12월 1일 종편 방송 4사가 개국합니다. 이른바 보수신문이 그 주인이니까 보수언론이 늘었다고 보수층이 즐거워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원군(援軍)이 늘었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20-40세대들은 “메롱!”하고 실소(失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소곤대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4개 늘었지. 우리들은 그게 괘씸해서 400만 개 이상 늘일 참이야!”
왜냐하면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전자기기들이 사실은 방송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서로 무슨 정보를 띄우면 금방 수백 수천만 명에게 전달되나 봐요. 그러니까 어느 방송국보다 시청률이 더 좋은 거라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위험해요. 가령 정규 방송이나 신문은 그것이 반정부다 반여당이다 해도 제도권 속의 언론이니까 최소한 언론으로서의 법적인 책임은, 즉 책임의식은 갖고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권 밖의 에스엔에스라는 것들은 아무런 제약이 없으니까 그냥 터뜨리기만 하는 거예요. 나중에 무슨 해명(解明)기사가 나와도 그건 취급 않으니까 이것만 보는 젊은이들은 해명 없는 원초(原初) 엉터리 첩보만 믿는 거죠. 그래서 이 세상은 이른바 괴담(怪談)천국이 된 것입니다. 그들은 다른 모든 정보들엔 눈귀를 막고 자기들이 들은 괴담만 믿습니다. 그들은 떳떳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우리들은 KBS는 아예 보지 않고 이젠 MBC도 안 봐요. 4개 종편, 웃기지 말아요. 이젠 야당지도 안 볼까 해요. 정부나 여당 발표문이 조그맣게지만 간혹 실리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첨단 통신기기는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몰고 가는, 아주 효과적인 몰이꾼이 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젊은이들이 투표 거의 안 했습니다. 저도 그랬었지만 2-30대 때 여러분 투표한 일 있습니까. 그러니까 과거에는 2-30대의 정서는 정치적 위력이 별로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통신기기, 예를 들면 핸드폰이 지금 투표독려기구, 투표증명기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증샷’이 그것입니다. 인증샷이 무언가 하면, 기표소 앞에서 핸드폰으로 자기 사진을 찍는다거나, 또는 기표소에 들어가서 투표지와 자기얼굴을 나란히 대고 핸드폰 사진을 찍는 거예요. 물론 O표 기표는 안한 채 찍으니까 공개투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투표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되지요. 이것을 왜 하느냐? 2010년 지방선거 때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일인데 젊은이들이 “우리 기권 말고 투표하자!” 이런 캠페인을 벌였어요. 동창회 단위, 직장 단위로 말입니다. 그래서 그 인증샷을 단위 책임자에게 보내는 거예요. 캠페인에 동조했다는, 즉 캠페인 결의를 지켰다는 징표이지요. 2010년 지방선거 때 제 조카가 미국 유학중에 뜬금없이 귀국했더라고요. 알고 보니 투표하러 온 거래요. 안 그러면 동창사회에서 그들의 통용어인 ‘무개념(無槪念) 인간’ 즉 의리 없는 자로 왕따 당한다나요. 이것은 투표독려라고 하면 되니까 표면적으로는 위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2-30대의 대부분이 특정정당 반대세력인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투표독려는 특정정당 반대표를 던지라는 엄연한 강요이며 압력입니다. 효과적으로는 공개투표나 다름없지요.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사실상으로는 문제가 많지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이런, 국가안보관이 불투명한 세대와 정치 무경험 인사의 막연한 합작(合作)이 이 나라 장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해 깊은 우수(憂愁)와 불안감을 갖습니다. 제발 기존 정치세력들, 즉 현재의 여야는 부끄러워는 하되 이들을 두려워하거나 수수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후진국도 아닌 이 나라의 정통 정치세력들이 이게 뭡니까. 쇄신이든 재창당이근 통합이든 무엇이든 해서 팔을 벌리세요. 프리즘을 넓게 벌리세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서, 그들을 가르치고 보살피고, 건설공사 감리(監理)하듯이 감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경영에선 천둥벌거숭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에게 나라 일을 무턱대고 맡긴다는 것은 그대들의 중대한 직무유기(職務遺棄)입니다.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큰일 나기 전에. 憲政